일본에 방문하려고 하는 장기 혈액 투석 환자들을 위한 정보


 인터넷 신장질환 환우 카페 등을 보면 장기 혈액 투석 환자들이 일본에 여행이나, 친척 등을 방문하러 오고자 하는데 투석 병원을 찾기 힘들어 곤란을 겪는 글이 가끔 올라온다. 하지만 한국어 인터넷 검색 환경이 다 그렇듯, 일본에서의 혈액 투석에 관해서도 별 쓸모 있는 정보는 없는 것 같다. 혹시 일본에서 체류하고자 하는 혈액투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한국어로 된 혈액투석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본에서의 혈액 투석 병원을 찾는 법과 장기 체류자의 건강 보험에 대해 쓰고자 한다. 하지만 밑의 내용은 꼭 혈액 투석 환자가 아니라도 일본 체류를 생각하고 있는 장기요양질병이나 특수질환, 장애 등을 가진 사람들에게 꽤 유익한 정보가 되리라고 본다.

1. 일본에서의 병원 찾기 

꼭 혈액 투석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아니더라도 해외에 나갈 때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에 병원을 찾지 못해 곤란을 겪은 경험은 다들 한 두 번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일본은 비교적 의료 시설이 잘 갖춰진 나라고 도쿄 같은 대도시라면 영어나 한국어 대응이 가능한 병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영어나 한국어 대응이 가능한 병원은 대부분 국제 병원이거나 몇몇 종합 병원이고 당연히 가격대가 비싸다. 하지만 짧게 체류할 목적의 투석 환자(혹은 장기 요양 질병 환자)나 긴급하게 치료를 필요한 상황에선 없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다음은 일본에서 한국어 대응이 가능한 몇몇 투석 병원과 국제 병원이다. (다만 모두 밑의 병원들은 모두 도쿄에 위치, 다른 지역은 나도 잘 모름)

1.도쿄 시바카키 투석 병원 
 -도쿄 여기저기에 분원이 있다. 한국어 대응이 가능하며 전화 상담 예약도 한국어로 할 수 있다. 

2.http://hospital.luke.ac.jp/eng/
-영어 대응만 가능하다. 대신 종합 병원이기 때문에 혈액 투석 외에 다른 치료도 병행 할 수 있다.

3. 에도가와스즈키 클리닉
-영어 대응이 가능하다. 에도가와바시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좀 주택가에 있어 교통이 불편하나, 국제병원이 아니라 덜 혼잡하고 예약이 쉬운 편


몇몇 병원을 소개했지만, 여전히 스스로 병원에 연락하고 예약을 잡는 것이 두렵다면 다행히도  일본엔 외국이 환자를 위한 국제 의료 정보 센터가 있다. 

1. 국제 의료 정보 센터
한국어 대응이 가능하다. 그냥 전화 걸어 "칸코쿠고데 쇼단시다인데스케도..." 라고 하며 한국어 대응 상담원을 연결 시켜 준다.

2. 도쿄도 의료 정보 센터 "히마와리"
사이트는 영어로 되어 있지만 한국어 대응이 가능하다. 전화를 걸어 한국어 대응 가능한 상담원을 바꿔 달라고 하면 된다. 

3. Globaldialysis,com
여러 나라의 혈액 투석 전문 병원이나 장기 요양 치료 시설이 있는 병원을 알려주는 사이트, 다만 영어로만 사용할 수 있고 방문객이 적고 국제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아닌 곳은 잘 안 나와있다.



2. 일본에서의 투석 비용

 만약 우리가 부자라면 돈 그깟 거 뭐 별 거냐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장기 투석 환자는 부자가 아니다. 그래서 해외 체류 시의 투석 비용은 대부분에게 큰 부담이고 많은 이들이 이 때문에 가까운 나라로의 해외 여행조차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가 인터넷에서 본 일본 혈액 투석 비용은 좀 과장 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치료를 받는데 몇 백 만원이 넘게 든다고 말하던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혈액 투석은 그렇게 까지 비싼 치료도 아니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미국처럼 의료 보험이 꽝인 나라도 아니다. 보험 없이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비정상적일 정도의 금액이 나오진 않는다.
 물론 병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이 글을 쓰기 전 홈페이지에 확인해보거나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본 도쿄의 혈액투석이 치료가 가능한 병원들은 대부분 한 번 치료를 받는데, 한화로 50-60만원 선이었고 더 싼 곳도 있었다. 당연히 국제 병원이나 종합병원은 더 비싸고 개인 병원은 더 싸다. 국제 병원/종합병원은 보통 6만엔에서 7만엔 선 개인 병원은 5만엔에서 6만엔 선 정도라고 생각된다. 



3. 그렇다면 만약에 건강보험에 든다면?

 장기 투석 환자가 일본에서 건강 보험을 들 수 있을까? 답은 YES다. 뭐 아직까지는 그렇다. 아베와 자민당이 마음을 바꾸면 또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일본 사회의 의료 제도는 인도주의적인 정상성을 지키고 있고 장기 투석 환자도 1년 이상 체류 비자를 갖고 있다면 건강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물론 보험료는 내야 한다.

-건강 보험에 가입하는 방법.
  
 1.건강 보험에 가입하려면 일단 당연히 3개월 이상 체류해야 하고 비자도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 신원을 보증해 줄 학교, 직장, 사업체 등이 있다면, 거주하는 곳에 구청이나 시청에 찾아가 주민 등록을 한 뒤 보험과에서 건강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증을 받아라.

 2.보험증을 받으면 "특정질환자보험" 이나 "장애자 지원"을 받아라. 아마 직원이 설명해 줄 테지만 일본어를 못 알아 듣는다면, 도쿄 같은 대도시 지자체는 한국어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리 한국어 홈페이지에 방문해 정보를 얻어가도 좋고, 위에 올린 의료 정보 센터에 통역 서비스를 받아도 좋다.

 3. 보험과에서 "특정질환자보험" 이나 "장애자 지원"을 신청하면 아마 건강 보험 가입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보험증 등)과 일본에 거주한다는 것을 증명할 서류(재류카드 등) 그리고 신원과 수입을 보증할 수 있는 서류(학생이나 회사원이라면 학교나 회사가 보증을 서겠지만)를 요구할거다. 그리고 혈액 투석이 필요하다는 일본 현지 의사의 진단서도 필요하다. 의사 진단서를 발급하는데 5-6천엔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영수증을 수령해 지자체에 가져가면 환급해 준다.

4. 만약 일본에서 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부담이 좀 줄어든다. 일본의 장애자, 장기 요양 질병 환자 지원 혜택은 투석 비용을 1-2만원 선으로 줄여 줄 수 있고 이는 한국에서 투석을 받는 비용 정도일거라 생각한다. 물론 보험금은 한국보다 비싸다. 하지만 장기 요양 환자, 특수질환자와 가족들에겐 보험료가 비싸도 이런 건강보험 제도가 있는 것이 훨씬 안심이 될 것.





4. 끝으로


 일본에서, 아니 꼭 일본이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여행이던 사업이던 학업이던 자신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체류하려고 하는 장기혈액투석 환자들에게 한국 사회에서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수동적임을 강요 당하는 것인지 잘 안다.
 일본 사회 역시 정치/사회적으로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래도 일본은 장애나 질병을 가진 사람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고, 또 장애나 질병을 가진 사람의 능동적 성취를 좋게 평가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일본 사회가 소위 "빻았다"는 말이 많지만, 적어도 일본 사회는 장애나 질병을 가진 사람을 드러내 놓고 혐오하는 것이 비난 받고 어딜 가던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곳이고 일본의 의료 보험 제도와 장애인 복지에 대해 조사하면서 한국 사회의 인권의식이 얼마나 갈 길이 멀었는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일본의 장애인 복지 시스템은 격리나 치료가 아니라 장애를 갖고 자립하게 하는데에 좀 더 초점이 맞춰줘 있고 조건에 부합한다면 외국인 신분으로도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물론 일본 사회가 천국이라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작년인가 테레비 오사카 아나운서가 인공 투석 환자는 죽으라는 글을 블로그에 게시해 해고된 일이 있었다. 일본 사회에도 장애인이나 특수질환자를 혐오하는 이들이 있고 레이시스트도 있다. 다만 일본 사회는 인공 투석 환자는 죽어라,라는 글을 쓰면 해고되는 곳이다. 한국은 글쎄...... 일베 기자도 아직 방송국에 다니고 있지 않나?
 한국 사회에서 장기 요양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으로 살다 보면 상당히 위축되고 수동적으로 변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장애인 격리 시설이 공인되고 길거리에 휠체러를 탄 사람을 볼 수 없으며 특수 학교(일본에선 특수 학교라고 하면 혐오발언이다)를 세우는 것 조차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나라니까. 그래서 한국어 인터넷에 장기 투석 환자나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이 일본을 포함한 해외에 나가 체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레 짐작하고 겁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 거라고 본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마음껏 여행을 가고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니까.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 의지와 정보와 체력만 있으면 모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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